
영화를 고를 때 감독보다 장르를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넷플릭스에서 봉준호 감독의 이름을 보고 무심코 재생 버튼을 눌렀던 다큐멘터리가 있었습니다. 2023년 공개된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였습니다. 이혁래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1990년대 초 '노란문 영화연구소'라는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젊은 영화 애호가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봉준호, 최종태 등 지금은 유명 감독이 된 이들의 청춘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던 봉준호의 첫 작품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가장 놀라웠던 건 봉준호 감독의 첫 단편 'Looking for Paradise'를 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노란문 송년회에서 처음 공개된 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영상입니다. 화면 속에서 어설프지만 진지하게 움직이는 캐릭터들을 보면서, 지금의 거장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지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90년대는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던 시기였습니다. 비디오가 보급되고 외국 영화를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시네필이라는 단어가 생겨났습니다. 노란문 영화연구소는 그런 열기의 중심에 있던 공간이었습니다. 젊은 영화광들이 모여 토론하고, 직접 카메라를 들고, 밤새 편집실에 앉아 있던 그 시절의 풍경이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 감독이 되기까지의 고민과 노력 영화감독을 이야기하는 영화감독의 시선은 어떨까 궁금했습니다. 제가 이 다큐를 본 이유도 그것이었습니다. 솔직히 봉준호 감독이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겪었을 수많은 고뇌와 좌절이 얼마나 깊었을지 상상조차 안 됐습니다. 다큐를 보면서 알게 됐습니다. 거저 얻어지는 성공은 없다는 것을. 밤새 영화를 보고 토론하고, 장비도 제대로 없이 작품을 만들고, 그 결과물이 썩 만족스럽지 않아도 다시 시작하던 그 시간들이 쌓여서 지금의 봉준호가 됐다는 것을 말입니다.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지점도 있었습니다. 영화가 개인의 목적을 이루는 수단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되는 순간 영화는 본질을 잃게 됩니다. 감독의 철학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배우들의 특성을 살려내며, 그 모든 요소가 하나의 작품 안에 조화롭게 녹아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감독의 자질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 경험상 봉준호 감독은 그런 면에서 확실히 다른 길을 걸어온 것 같습니다.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고, 배우들이 신뢰하는 감독이 됐으며,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위치에 올랐습니다. 그가 만든 영화를 보면 단순히 흥행을 노린 작품이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영역을 꾸준히 확장해 온 결과가 지금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단순히 한 감독의 과거를 회상하는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영화를 향한 순수한 열정이 어떻게 한 사람을 성장시키는지 보여주는 기록이었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특히 창작의 고민을 안고 계신 분이라면 한 번쯤 볼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90년대 그 시절의 공기와 열기가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 참고: https://namu.wiki/w/%EB%85% B8% EB% 9E%80% EB% AC% B8:%20% EC%84% B8% EA% B8% B0% EB% A7%90%20% EC% 8B% 9C% EB%84% A4% ED%95%84%20% EB% 8B% A4% EC% 9D% B4% EC%96% B4% EB% A6% 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