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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신 — 김금화, 산 자와 죽은 자를 잇는 굿의 삶

by kslmoney 2025. 12. 15.

**만신(萬神)**은 한국의 전통 무속에서 아주 오랜 세월 수행과 많은 경험을 쌓아 많은 신을 모시는 최고 경지의 무당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저 단순히 점을 치는 존재가 아니라, 신과 인간의 사이를 잇는 매개자로서 개인의 삶은 물론 공동체의 아픔과 염원을 함께 짊어지는 역할을 해왔다. 영화 ‘만신’은 한국 무속의 상징적 인물 김금화 만신의 일대기를 통해 역사적 상처, 위로의 굿, 그리고 무형문화재로서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다."

영화 만신 관련 사진

 

1. 김금화 만신의 삶 — 시대의 고통을 짊어진 무속인의 탄생

영화 만신은 한국 무속사의 상징적인 인물인 김금화 만신의 일대기를 따라가며 시작된다. 그는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시대의 소명에 의해 만신의 길로 들어선 인물이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분단과 가난이라는 격동의 역사 속에서 김금화는 어린 시절부터 극심한 고통과 시련을 겪는다. 병과 굶주림, 가족의 죽음, 사회적 천대 속에서 그는 인간의 힘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세계와 맞닿게 되고, 결국 신의 부름을 받아 무속인의 길을 걷게 된다. 영화는 김금화 만신의 개인사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함께 보여준다. 그의 몸과 정신에 새겨진 고통은 단지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수많은 민중이 겪어야 했던 집단적 상처를 대변한다. 특히 전쟁과 분단으로 인해 억울하게 죽어간 영혼들, 말하지 못한 슬픔을 안고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김금화의 굿을 통해 세상 밖으로 드러난다. 그는 단순한 무속인이 아니라, 시대의 아픔을 대신 짊어진 증언자이자 매개자였다. 이 섹션은 김금화 만신이 어떻게 ‘만신’이 되었는지를 설명하며, 그의 삶이 개인의 서사를 넘어 한국 사회의 집단 기억과 깊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2. 굿이라는 위로 — 산 자와 죽은 자를 잇는 의식의 힘

영화 만신이 집중하는 핵심은 굿의 의미다. 굿은 단순한 미신이나 종교적 의례가 아니라,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말하게 하고, 풀지 못한 한을 풀어주는 치유의 장으로 그려진다. 김금화 만신이 집전하는 굿은 산 자와 죽은 자의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이며, 억울하게 죽은 영혼과 살아남은 이들의 마음을 동시에 어루만진다. 영화 속 굿 장면들은 매우 생생하고도 엄숙하다. 북소리와 노랫소리, 격렬한 몸짓과 눈물은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터져 나오는 진실한 감정의 표현이다. 특히 전쟁 희생자와 억울한 죽음을 다루는 굿에서는 개인의 사연이 집단적 애도로 확장된다. 김금화 만신은 굿을 통해 “죽은 자는 말하고, 산 자는 듣게” 만든다. 이는 역사 속에서 침묵당해 온 목소리를 다시 불러내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무속을 비합리적인 신앙으로 치부하지 않고,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억눌러온 감정과 기억을 풀어내는 문화적 장치로 바라본다. 굿은 김금화 만신에게 직업이 아니라 사명이며, 사회가 감당하지 못한 상처를 떠안는 고된 노동이다. 영화는 그 노동의 무게를 존중하는 시선으로 담아낸다.

 

3. 무형문화재의 의미 — 기억을 지키는 마지막 사람들

김금화 만신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인물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보존’이라는 개념을 다시 묻는다. 무형문화재란 단지 전통 형식을 유지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기억과 정신을 이어가는 사람이라는 점을 영화는 강조한다. 김금화가 전승해온 무속은 개인의 기술이 아니라, 공동체의 역사와 감정이 축적된 문화적 유산이다. 그러나 영화는 무형문화재라는 타이틀 뒤에 숨겨진 고독과 부담도 함께 보여준다. 그는 시대가 변하면서 무속이 점점 주변부로 밀려나는 현실을 체감하고, 자신의 역할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까지 굿을 멈추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직도 위로받지 못한 영혼들과 마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만신은 김금화 개인의 삶을 기록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가 어떤 기억을 지켜야 하는지를 묻는 영화다. 과거를 잊지 않고,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며, 죽은 자를 제대로 애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산 자의 삶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 만신은 김금화 만신의 삶과 굿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상처와 치유의 가능성을 깊이 있게 조명한 작품이다. 산 자와 죽은 자, 개인과 역사, 기억과 현재를 잇는 이 영화는 무속을 넘어 인간의 존엄과 위로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AI와 챗 GPT가 흔해지고 있는 요즘 시대에 점을 보고 굿을 한다는 개념이 너무 먼 것 같지만 어찌 보면 또 많은 이들이 점을 보러 다니며 만신을 찾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도 한다. 조금씩 사라져 가는것을 다시 묻고 만신으로서의 삶을 살아간 이들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영화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