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도 등산을 즐기는 편은 아닙니다. 그런데 몇 번 안 가본 산행이 모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설악산 야간등반을 시도했을 때 백담사 입구 다리에 앉아 바라보던 밤하늘, 그렇게 많은 별은 처음 봤습니다. 그때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한데, 락파 셰르파라는 네팔 여성이 에베레스트를 10번이나 등정하고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 작은 등산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2023년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다큐멘터리 《산의 여왕: 락파 셰르파의 정상들》은 그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 에베레스트 10회 등정, 그 뒤에 숨겨진 현실 락파 셰르파는 에베레스트를 10번 성공적으로 등정한 최초의 네팔 여성입니다. 이 기록만 봐도 대단한데, 제가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더 놀란 건 그가 두 딸을 키우는 엄마였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학대적인 결혼 생활을 견디면서 이 모든 걸 해냈다는 사실은 단순히 '대단하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루시 워커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2023년 9월 8일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상영됐고, 넷플릭스가 곧바로 배급권을 획득해 2024년 7월 31일 공개됐습니다. 저는 관악산을 가족과 함께 오르면서도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는데, 세계 최고봉을 10번이나 올랐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에베레스트 등반은 목숨을 건 도전입니다. 한 번도 아니고 10번을 살아남았다는 건 기술과 체력, 그리고 정신력이 모두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입니다. 셰르파족이라는 배경이 있긴 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 많은 제약과 편견을 마주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네팔 사회에서 여성이 가정을 돌보지 않고 산을 오른다는 것 자체가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선택이었을 겁니다. ## 딸을 키우는 엄마가 보여준 포기하지 않는 삶 제가 이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락파 셰르파가 엄마로서의 역할과 등반가로서의 꿈을 동시에 지켜냈다는 점입니다. 학대적인 가정환경에서 자신의 삶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버거웠을 텐데, 그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해서 성공의 모습을 딸들에게 보여줬습니다. 저는 천마산에서 회사 동료들과 낙엽 미끄럼을 타던 그 행복한 기억도 소중한데, 이 여성은 매번 죽음과 마주하면서도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해냈습니다. 가까운 산을 오르기도 귀찮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영화를 통해서라도 그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힘든 결혼 생활 속에서도 자기 삶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단순히 등반 기록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습니다.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저는 그가 자녀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지 생각해 봤습니다. 아마도 "엄마도 할 수 있다", "여자라서 안 된다는 말은 없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 싶었을 겁니다. 밤기차를 타고 소백산을 가던 여정이 제게는 작은 모험이었다면, 락파 셰르파에게 에베레스트는 삶 자체를 증명하는 무대였을 겁니다. 그의 이야기는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산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각자 다른 방식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입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이 다큐멘터리는 단순한 등반 기록물이 아닙니다. 한 여성이 어떻게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얻었는지를 보여주는 삶의 기록입니다. 저처럼 산을 자주 오르지 않는 사람도, 그의 이야기에서 삶에 대한 감동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겁니다.
--- 참고: https://en.wikipedia.org/wiki/Mountain_Queen:_The_Summits_of_Lhakpa_Sher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