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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후르츠 — 천천히 살아낸 시간의 맛

by kslmoney 2025. 12. 16.

"영화 ‘인생후르츠’는 90세 건축가 쓰바타 슈이치와 아내 히데코의 삶을 통해 느림, 자연, 그리고 사랑이 빚어낸 일상의 철학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영화를 보며 한국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떠오르기도 하고 천천히 살아가는 느림의 미학을 맛볼 수 있은 영화를 소개한다.

영화 인생후르츠 관련 사진

 

1. 집과 정원 —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공간

영화 인생후르츠는 일본 아이치현의 낮은 주택에서 살아가는 90세의 건축가 쓰바타 슈이치와 그의 아내 히데코의 일상으로 조용히 시작된다. 이들이 거주하고 있는 집은 화려하거나 현대적인 구조물이 아니라,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낮은 지붕, 넓은 마당, 오래된 나무와 흙길은 집이 자연을 지배하지 않고 함께 호흡하도록 만든다. 슈이치는 오랜 세월 건축가로 활동하며 “집은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이어야 한다”는 철학을 실천해 왔고, 그의 집은 그 철학의 완성처럼 보인다. 집을 둘러싼 정원은 이 부부의 삶 그 자체다. 계절마다 다른 빛과 바람이 드나들고, 시간이 흐르며 나무는 자라고 열매를 맺는다. 이 정원은 단순한 조경 공간이 아니라, 기다림과 돌봄이 쌓인 시간의 기록이다. 영화는 정원을 가꾸는 손길과 흙을 만지는 순간을 세심하게 담아내며, 자연과의 공존이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빠른 효율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와 달리, 이 공간은 느림과 지속의 가치를 말없이 증명한다. 소박하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진 이 부부의 삶을 보여주며 공간의 소중함, 서두르지 않는 여유로움을 준다.

 

2. 계절의 식탁 — 손으로 키운 재료가 빚어낸 삶의 맛

인생후르츠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은 계절마다 달라지는 식탁이다. 쓰바타 부부는 정원에서 손수 직접 기른 다양한 종류의 채소와 과일로 음식을 만든다. 토마토, 고구마, 콩, 귤, 감 등 그들이 키운 작물들은 계절의 특성과 흐름을 그대로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요리는 그 계절의 흐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히데코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소박한 조리법으로 식탁을 채우고, 그 음식에는 오랜 시간의 손길과 깊은 정성이 배어 있다. 영화는 결코 요리 과정을 과장하거나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채소를 씻고, 썰고, 불 위에 올리는 아주 평범한 장면들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일상의 반복은 힘겹거나 지겨운 노동이 아니라 삶의 활력처럼 보이는 리듬으로 느껴진다. 부부가 함께 식탁에 마주 앉아 음식을 나누는 모습은 특별한 이야깃거리나 사건 없이도 깊은 충만함을 전한다. 이 장면들은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풍요란 소유의 크기가 아니라 관계와 시간의 밀도에서 온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재료와 요리가 달라지는 식탁은 자연의 순환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는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그 흐름에 맞춰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상징한다. 영화는 음식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행위를 통해 삶의 철학을 섬세하게 전달한다. '잘 산다'는 것이 물질의 부유함도 있지만 생활속에서 느껴지는 안정과 몸과 마음의 건강함으로 그 속에서 오는 마음의 부유함으로 살아가는 것도 '잘 사는' 것임을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다.

 

3. 천천히, 함께 — 인생을 숙성시키는 시간의 철학

인생후르츠가 전하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천천히 살아도 괜찮다”는 것이다. 쓰바타 슈이치와 히데코는 나이가 들어서도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정원을 돌보고, 서로의 몸과 마음을 살핀다. 이들의 대화는 많지 않지만, 침묵 속에서도 깊은 신뢰와 애정이 느껴진다.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온 부부의 모습은 ‘함께 늙어간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준다. 영화는 노년을 쇠퇴의 시기가 아니라, 삶이 가장 잘 숙성된 단계로 그린다. 쓰바타 부부는 젊은 시절에 겪었던 여러 실패와 사회적 좌절을 숨기지 않으며 솔직하게 드러내며, 그것들 또한 지금의 삶을 만든 중요한 재료였다고 말한다. 마치 과일이 오랜 시간 햇볕과 바람을 견뎌야 달콤해지듯, 인생 역시 살아온 시간을 통과하며 비로소 깊이를 갖는다는 메시지가 영화 전반에 흐른다. 결국 인생후르츠는 자연·노동·사랑·시간이 어우러진 삶의 기록이다. 숨가쁘고 빠르게 소비되고 쉽게 지치는 현대인들에게 이 영화는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무엇을 더 가질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작품이다. 영화 인생후르츠는 쓰바타 슈이치와 히데코 부부의 일상을 통해 느림과 공존, 그리고 사랑이 빚어낸 삶의 깊이를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은 인생이란 서두르지 않아도 충분히 달콤해질 수 있음을 조용히, 그러나 깊게 전한다. 매일 반복되는 삶이지만 지치고 힘들다면 이 영화를 통해 돌아보고 어떤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진정한 여유로움과 휴식이 무엇인지 한 번쯤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지금이 바로 나를 돌아볼 때임을 영화를 통해 느끼고 스스로의 삶을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